표준치료가 1월 25일로 종료되었다. 유방암 전절제 미복원으로 수술이 끝난게 20년 11월 16일이었으니 수술한지 딱 3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블로그를 열정에 불타올라 미친듯이 할때도 있었고, 매너리즘과 재미가 떨어져 대충 하던 때도 있었다. 한의학과 음식에 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자 다시 대학을 갔고 뭔가 전문적인 블로그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작년 4월 유방암 2기를 진단 받았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내 의지와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흔히 하는말로 마음만 굳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다 허상으로 들렸다. 몸과 마음은 절대 따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처럼 박약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몸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첫 진단과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한 두 세달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먹는다는 본능조차도 거의 사라질만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움직였던것 같다. 정신이라는 세상,의미, 마인드 이런 것들은 모두 멈춘것 같았다.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으면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다고 한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라 거기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몸이 어느정도 항암치료에 적응하고, 항암제가 3회차쯤 넘어갔을때 그러니까 대략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서서히 무언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겨우 이 블로그에 내가 유방암에 걸리고보니 라는 글을 조금 썼다. 하지만 그것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총8차 선항암중 5회차부터 탁솔이라는 약으로 바뀌었는데 빨간 AC보다 더 힘들었다. 항암제의 흔한 부작용 구토는 사라졌지만 온몸이 아팠고, 운동은 꿈도 못꾸었다. 독하다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었고, 적혈구가 부족해 철분을 처방받았다. 그래도 6차가 넘어가니 곧 끝난다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다.
10월 21일 마지막 항암이후 11월 16일 오른쪽 유방을 전절제 미복원으로 수술을 끝냈다. 성형외과에 가서도 복원에 대해 상담하기는 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번에 끝나지 못하면 2차 3차까지 수술을 할 수 있었고, 또 개인에 따라 부작용도 있었다. 나는 피부가 약하고 잘 낫지 않는 편인데 항암치료로 면역력도 떨어져 있던 상태라 이후에 어찌될지 모를 경과로 다시 수술대에 올라가는 가능성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미복원으로 수술을 끝냈다. 이후 방사선 15회까지 마쳤고 이로 표준치료가 모두 끝났다.
현재는 수술한쪽 팔을 어느정도 쓸 수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통증이 찾아오고, 집안일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는 컴퓨터나 글쓰기같은 한 자세로 오래 고정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것이 좋다고 했다. 림프절까지 절제했으니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관리가 중요한데 3개월차가 되니 어느덧 게을러진다고 해야 할까 스스로 무뎌져 먹는것도 운동도 자꾸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심정으로 그동안의 경과들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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