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치료가 완전히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정확히는 35일 차이다. 20년 5월에 시작해서 21년 1월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야 팔도 조금 쓸 수 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그간의 유방암 치료 과정을 하나씩 정리하고, 나도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19년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지역에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계속해서 죽음이 생각났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 그즈음 죽음이 자꾸 생각났다. 대략 10월부터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녔는데 12월쯤에 가슴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목욕을 하면서 보니 오른쪽 가슴 한쪽이 함몰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말에 처음 발견한 오른쪽 가슴의 멍울을 걱정하다 1월에 검진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1월에 검진을 받으려니 코로나가 퍼지고 어딜 다니기도 조심스러웠다. 차일피일 미루다 4월이 끝나갔다.
집 근처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은 전년도에 받아야 했지만 건강보험 공단에 전화해 연장 신청을 해두었던 터였다. 암일 것이라고 의심반 확신반이었던 상태였는데 의사는 따로 남편을 불러 암으로 보인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그냥 큰 병원에만 가보라고 하며 말을 돌렸다.
나는 이런 의사들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충격적이라도 환자 본인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내 생명은 스스로의 선택권이 있어야 하는데 환자 본인이 알지 못하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일산 백병원 암센터에 가서 거의 2주 정도에 걸쳐 초음파, 생검을 반복했다. 병변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인데 대략 2주 정도는 걸렸다. 추정하기로는 유방암 2기였고, 임파선 전이 3개 정도로 보고 있었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의 정확한 기수는 수술로 조직을 떼내야 확실해진다. 열어보면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들도 많다.
유방암의 기수(병기)는 크게 3가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크기, 두 번째는 겨드랑이(액와부) 림프절 전이 여부, 세 번째는 목의 림프절 전이를 포함한 뼈·폐·간 등의 전신 전이 여부로 결정된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몇 기냐로 말하는 기수는 0기, 1기, 2기, 3기, 4기로 구분하고 있다.
1기는 종양의 크기가 2cm 미만, 림프절 전이 없음
2기는 종양 크기는 2~5cm, 림프절 전이는 3개까지
3기는 종양 크기는 5cm 미만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많은 경우 또는 크기는 5cm 이상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4기는 다른 장기로 전이로 나뉜다.
생존율은 1기 96%, 2기 91%, 3기 75%, 4기 34% 정도라고 한다.
내 경우는 종양의 크기가 2.5cm, 림프절 전이 3개였으므로 대략 2기로 추정했다. 다만 점점이 여러 곳에 퍼져 있어서 부분절제는 의미가 없고,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호르몬성 유방암으로 항암치료 ac4차, 탁셀 4차의 총 8차, 수술, 방사선까지 포함되는 표준치료를 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던 그때는 아무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네, 네 하면서 이제 공부를 해야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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